cultures 2008/08/27 19:20
주권혁명 - 8점
손석춘 지음/시대의창

올 6월의 역사적인 촛불집회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비록 장기화된 투쟁에 따른 피로감으로 인해 점점 존재감이 으스러지고는 있지만 2000년대 이후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넷풍'과 더불어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그런 시기에 잘 맞춰서 나왔다. 촛불집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컵에 꽂힌 초를 표지로 삼고 있긴 하지만 집필기간을 감안해보면 촛불집회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발간시기가 아주 좋았고 마침 이런 시기에 읽어보면 딱 좋을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책의 앞 부분을 할애해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한 사회주의의 태동, 그리고 실존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의 붕괴를 빠르게 훑어지나간다. 그렇게 민주주의의 발전이 크게 출렁일 때마다 그 일에서 지금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추출해내서 독자에게 소개하고 그런 교훈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그렇게 저자가 제시한 길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민중이 직접 권력을 통제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이다. 그리고 그 가장 중요한 방법론으로 국민투표제의 확대를 제시한다. 현재 일부 단체장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주민소환제 등을 전폭적으로 확대해서 민중의 뜻을 거스르는 권력자를 막아보자는 얘기다. 거기에 신자유주의에 대처하기 위한 민주경제론과 분단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을 위한 통일민족경제론 역시 제시한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방안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보인다.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권력자들에 대한 민중의 견제장치는 물론 필요하다. 중앙부터 지방까지 대부분의 국가 공권력을 장악해버린 한나라당의 행태를 볼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유명한 말처럼, 민중은 우매하다.개발시대의 향수와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짬뽕시킨 이상한 헛소리만 꾸준히 지껄이던 아저씨는 지금 청와대에 있다. 그 아저씨를 청와대로 보낸건 저자가 그토록 희망을 걸고 있는 민중이다.

따라서 민중에게 더 큰 권력을 주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민중의 자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론이 더욱 절실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까지 비참한 상황이 온 원인을 고찰하며 민중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민중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 중요하다. 그 점에 대한 자세한 고찰이 없었던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통일민족경제론 역시 물론 저자의 주장대로 되면 좋겠지만 이미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또아리를 틀어버린 남한 경제에 있어서 북한 경제와의 상생을 추구할 수 있을만한 여유는 이미 없어보인다. 저자의 주장대로 북한 공단에 진출한 남한 기업들은 대부분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한, 다시 말해 동남아시아 등지에 공장을 세우는 것과 똑같은 이유이다. 이래서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했을 경우 현재 수준의 교류조차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국가에서 각종 제도적 인센티브를 통해 그 사회적 비용을 메꾸어주어야 하는데 국가에서 기업들의 구미를 끌기 위해 얼마나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할지, 그리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과연 정말로 북한에 유의미한 수준의 투자를 해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고찰들은 촛불집회의 최절정기가 한참 지난 지금에서도 읽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 이런 책을 읽음으로서 대한민국의 민중으로서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가진 권리와 힘, 나아가 이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에 대해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구성을 다시 조정하고 중간의 실존 사회주의의 유서와 관련된 부분을 좀 더 쉽게 써주었으면 더욱 나 같이 아는 것 적은 민중들에게 더 쉽게 와닿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읽으면 읽을수록 피가 끓어오르는 서문까지는 딱 좋았는데 책 중간 쯤에서 그냥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던 것도 사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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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다 읽은지 2주도 넘게 지난 책이었는데 중간에 2주 짜리 연수가 있는 바람에 이 책에 대한 감상 뿐만 아니라 블로그에 글을 잘 쓰지 못했었다. 근데 오늘 보니 그렇게 된지 벌써 일주일 째라 더 미루다가는 블로그가 폐가가 되어버릴 것 같아 좀 억지로 글을 '써냈다'. 덕분에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고 해서 다음에 시간이 될때 이 책에 대해서는 글을 다시 써봐야 겠다. 물론 '다음에'라는건 기약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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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7 19:20 2008/08/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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